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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의 코라(Kora), 역사와 문화를 전달하는 수단세계의 민속악기 2025. 3. 4. 22:59
코라연주모습, 사진출처- 유튜브 존버카페 캡쳐 1. 코라: 서아프리카의 전통 현악기와 그 역사
코라는 서아프리카에서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온 대표적인 전통 악기로, 주로 말리, 세네갈, 감비아, 기니, 부르키나파소와 같은 나라에서 연주된다. 이 악기는 서아프리카 전통 음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단순한 악기를 넘어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코라는 ‘그리오(Griot)’라고 불리는 전통 음악가들에 의해 연주되며, 그리오는 단순한 연주자를 넘어 역사가이자 이야기꾼의 역할을 맡아왔다. 과거 서아프리카에서 문자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 그리오들은 코라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왕족, 영웅, 전쟁, 사랑과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구전으로 전해왔다.
코라는 말리 제국(13세기~16세기) 시절부터 연주되었으며, 왕과 귀족들의 업적을 찬양하는 음악으로 사용되었다. 당시 코라 연주자들은 특정한 가문 출신의 그리오들로 한정되었고, 이들은 대대로 음악을 계승하며 연주법과 노래를 후손들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전통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오늘날 서아프리카에서는 특정 가문이 코라 연주를 계승하는 경우가 많다. 코라는 서양의 하프나 류트와 비슷한 형태를 가졌지만, 연주 방식과 음색은 매우 독창적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전통적인 사용 방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적 시도 속에서도 활용되면서, 코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악기가 되었다.
2. 코라의 구조와 제작 과정: 전통과 현대적 변형
코라는 독특한 형태를 가진 현악기로, 기본적으로 21개의 줄이 달려 있으며, 반구형의 바디와 긴 목이 연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디는 대형 호박(Gourd)으로 만들어지며, 이를 반으로 잘라 속을 비우고, 그 위를 염소가죽이나 소가죽으로 덮어 공명통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가죽은 단단하게 당겨 고정되며, 그 위에 목재로 만든 긴 넥(neck)이 부착된다. 줄은 전통적으로 동물의 내장(주로 양이나 소의 창자)으로 만들어졌으나, 현대에는 나일론 줄을 많이 사용한다.
코라의 조율 방식도 독특하다. 나무로 만든 조율 핀을 돌려서 음높이를 조절하는데, 전통 방식에서는 줄을 손으로 직접 당기거나 묶어서 조율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에는 금속 튜너를 추가해 조율을 더 쉽게 하는 경우도 있다. 코라는 주로 두 개의 나무 막대를 손잡이로 사용하여 연주자가 잡고,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이용해 연주한다. 이러한 연주 방식 덕분에 베이스 라인과 멜로디를 동시에 연주할 수 있어 풍부한 음악적 표현이 가능하다.
코라 제작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숙련된 장인이 아니면 정교한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들기가 어렵다. 특히, 공명통으로 사용되는 호박의 크기와 가죽의 장력, 줄의 재질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 코라는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역에 따라 제작 방식이 조금씩 다르며, 감비아와 세네갈에서 만들어진 코라와 말리에서 제작된 코라는 소리의 특성이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최근에는 전기 코라(Electric Kora)도 등장하면서, 전통 악기가 현대적인 방식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 코라 연주의 특징과 음악적 역할
코라 연주는 매우 독창적이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연주자는 두 손을 이용해 줄을 튕기면서 멜로디와 베이스 라인을 동시에 연주하며, 특정한 리듬 패턴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곡을 구성한다. 코라 음악은 기본적으로 반복적인 선율과 즉흥 연주가 결합되며, 연주자의 감정에 따라 다채로운 변주가 가능하다.
코라는 전통적으로 서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리오들은 코라를 연주하면서 왕족의 계보, 부족 간의 전쟁, 조상의 업적 등을 노래하며, 이를 통해 공동체의 결속을 다졌다. 이 때문에 코라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서아프리카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오늘날에도 코라는 축제, 결혼식, 종교 의식, 정치 행사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여전히 사람들의 삶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코라는 전통적인 형식을 넘어 다양한 음악 장르와 결합되면서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월드뮤직(World Music) 장르에서 코라는 중요한 악기로 자리 잡았으며, 많은 국제적인 뮤지션들이 코라 연주와 협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코라의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4. 현대 음악에서의 코라와 세계적인 확산
코라는 전통 음악뿐만 아니라 현대 음악에서도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재즈, 블루스, 클래식, 전자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면서 색다른 음악적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코라 연주자로는 말리 출신의 투마니 디아바테(Toumani Diabaté), 감비아 출신의 소나 자바르테(Sona Jobarteh), 세네갈 출신의 바이 사코(Ba Cissoko) 등이 있으며, 이들은 전통적인 코라 연주 방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대적인 음악 스타일을 접목해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유튜브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으로 코라 연주는 전 세계적으로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만 접할 수 있던 악기였지만, 현재는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코라 연주 영상과 레슨 자료를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코라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서양의 유명 뮤지션들이 코라 연주자들과 협업하면서 코라는 점점 더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코라는 단순한 전통 악기를 넘어, 현대 음악과 융합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발전하는 코라는 앞으로도 다양한 음악적 실험과 결합을 통해 더욱 풍부한 음악 세계를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라는 서아프리카의 문화적 아이콘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악기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