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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현악기, 거문고(玄琴) : 깊고 웅장한 음색세계의 민속악기 2025. 3. 11. 23:41
거문고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현악기로, 삼국 시대부터 사용되어 온 유서 깊은 악기이다. 고구려의 왕산악이 중국의 칠현금을 개량하여 만들었다는 설이 있으며, 이후 백제와 신라, 고려, 조선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거문고는 깊고 웅장한 음색과 독특한 연주 방식 덕분에 조선 시대 선비들이 즐겨 연주했던 악기로도 유명하다. 오늘날에는 전통 음악뿐만 아니라 퓨전 음악, 국악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용되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중요한 악기로 자리 잡고 있다.
거문고 1. 거문고의 기원과 역사적 발전
거문고의 기원은 삼국 시대 고구려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따르면, 고구려의 왕산악(王山岳)이 중국의 칠현금을 개량하여 거문고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거문고는 최소한 1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악기로 추정되며, 이후 백제와 신라를 거쳐 고려와 조선 시대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고려 시대에는 궁중 음악과 문인 음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특히 선비들이 즐기는 악기로 자리 잡았다. 조선 후기에는 거문고가 가야금과 함께 풍류 음악의 중심 악기로 사용되었으며, ‘문인악기(文人樂器)’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학문과 예술을 중시하는 양반층에서 널리 연주되었다.
오늘날 거문고는 전통 음악뿐만 아니라 창작 국악과 퓨전 음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대표적인 국악 오케스트라에서도 주요 악기로 연주되며, 전통적인 선율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2. 거문고의 구조와 연주 방식
거문고는 길이가 약 150cm에 달하는 대형 현악기로, 오동나무와 밤나무로 제작된 몸체에 여섯 개의 줄이 장착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줄(絃)’, ‘괘(柱)’, 그리고 ‘안족(雁足)’이라는 주요 부속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안족은 줄의 높이를 조절하여 소리를 내는 역할을 한다. 거문고의 여섯 줄 중 세 개는 손가락으로 직접 연주하고, 나머지 세 개는 공명과 울림을 담당하는데,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거문고의 깊고 웅장한 음색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거문고는 일반적인 현악기와 달리 **‘술대(桴)’**라고 불리는 작은 막대를 이용해 연주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주자는 오른손으로 술대를 쥐고 줄을 때리거나 튕기면서 소리를 내며, 왼손은 줄을 눌러 음높이를 조절한다. 이때 연주자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미묘한 음색 변화가 가능하며, 특히 ‘농현(弄絃)’ 기법을 사용하면 독특한 울림과 떨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거문고의 연주 방식은 우아하고 절제된 정악(正樂) 스타일과 빠르고 역동적인 산조(散調) 스타일로 나뉜다. 정악에서는 낮고 깊은 음색이 강조되며, 주로 조용하고 느린 템포의 곡을 연주하는 반면, 산조에서는 빠른 연주와 다양한 즉흥 연주가 특징이다. 이러한 연주 방식 덕분에 거문고는 다양한 음악적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로 평가받고 있다.
3. 거문고가 사용되는 전통 음악 장르
거문고는 한국 전통 음악의 여러 장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사용 분야로는 정악(正樂), 산조(散調), 병창(竝唱), 풍류 음악이 있다.
① 정악(正樂)에서의 거문고
정악은 조선 시대 궁중에서 연주되던 전통 음악으로, 거문고는 이 음악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정악에서는 거문고가 가야금, 대금, 해금 등의 악기와 함께 연주되며, 웅장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조성한다. 대표적인 정악 곡으로는 *영산회상(靈山會相)*과 *보허자(步虛子)*가 있으며, 거문고는 이러한 곡들에서 낮고 부드러운 울림을 통해 전체적인 조화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② 산조(散調)에서의 거문고
거문고 산조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발전한 음악 장르로, 빠른 템포와 즉흥적인 연주가 특징이다. 정악과 달리 연주자의 개성과 표현력이 강조되며, 장구 반주에 맞춰 다양한 감정 변화를 담아낸다. 특히, 거문고 산조는 농현(弄絃) 기법과 역동적인 술대 연주가 결합되어 독특한 리듬과 흐름을 만들어낸다.③ 병창(竝唱)과 풍류 음악
거문고 병창은 연주자가 거문고를 연주하면서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 형태의 음악이다. 이는 전통적인 가사(歌詞)나 판소리의 일부를 변형하여 연주하는 방식으로, 가야금 병창과 유사한 형식을 가진다. 풍류 음악에서는 거문고가 가야금, 해금, 대금 등과 함께 연주되며, 조용하고 여유로운 선율이 강조된다.4. 현대 음악에서의 거문고와 글로벌 확산
거문고는 전통 음악뿐만 아니라 현대 음악에서도 폭넓게 활용되면서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국악 오케스트라에서 거문고는 서양 악기들과 함께 연주되며, 기존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연주 기법이 도입되고 있다.
① 창작 국악과 퓨전 음악
최근에는 거문고를 기반으로 한 창작 국악 곡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국악 작곡가들은 거문고의 음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재즈, 록, 일렉트로닉 음악과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국악 그룹 ‘잠비나이(Jambinai)’는 거문고와 서양 악기를 결합한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② 세계 음악 무대에서의 거문고
거문고는 국제적인 월드뮤직 무대에서도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여러 음악 페스티벌에서 한국 전통 악기 연주자들이 거문고를 선보이며, 국악이 세계적인 음악 장르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고 있다.거문고는 한국의 전통을 대표하는 악기이지만, 현대 음악과 융합하며 새로운 음악적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거문고는 국악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세계적인 음악 무대에서 더욱 널리 알려질 것으로 기대된다.